오버 더 호라이즌 - 오버 더 호라이즌 (2004.02.05)

2021. 2. 10. 03:53

 

신 양장본. 내가 읽은 건 구 버전.

 이 소설은 2줄로 요약할 수 있다.

"야, 너 없으면 항구까지 버틸 것 같아. 나는 귀족에, 성주 등등.. 말해 뭐해, 입 아프게. 어, 아직 안 죽었나?"
"너 진짜 다재다능하다. 입으로 똥도 싸는구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중요인물인 호라이즌은, 다재다능과 동시에 싹수가 없는 엘프이다. 전자는 그렇다 치고, 후자는?
그는 바로 위 요약 첫 번째 줄에 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무 거리낌 없이 주인공에게 군자금 횡령을 유도하고, 그걸 고발함과 더불어 덤으로 여자 친구도 빼앗는다.

이유는 자기보다 칼싸움 잘하는 사람이 주인공뿐이어서. 하지만 주인공의 성격은 그냥 네 여자친구가 좋아,라고 말하면 결혼식에서 손뼉을 치며 축의금까지 넉넉히 내어줄 사람이기에, 진심으로 자신과 싸우게 하기 위해선 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만나 하는 말 또한 가관이다.

"뭐? 사과는 안 해. 가족이 없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있었으면 가족도 부쉈을 거야. 네 성격이 좋은 걸 탓해."

말 그대로 소갈머리다.
물론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 바로 자신을 극한에 수렴하여 스스로 한계를 넘는 것, '오버 더 호라이즌`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일련의 행동을 취한 것이다. 하나 거리낌 없이 행했다는 단락에서 볼 수 있듯, 그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자신의 목표를 무게추에 달았을 때, 그 밖에 '다른 모든 것'과 비교해도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라는 태도를 보인다.

 

여기서 이 이야기의 주제의식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데, 바로 `대(大)를 위해 소(小)는 희생되어도 괜찮은가?` 라는

고전적 논제를 언급한다.  사실 호라이즌이라는 인물을 배치한 이유 또한, 이영도의 소설 전체에 걸쳐 꾸준히 제시되는 이 문제를 다시금 등장시키기 위해 제시된 인물이다.

작중 주인공과 호라이즌은 각각 극명한 태도(그렇다/아니다)를 보여줌으로써 무엇이 옳고 그르다, 라는 생각을 독자에게 직접 전달하고자 한 듯하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독자인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본인의 판단은 그건 아니다. 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질을 벗어나든 상관없이 한계를 넘을 수 있을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는 태도는 그르다, 라고 판단했다.
물론 사람이 정확히 뭔가…. 하는 문제는 어리숙함은 물론 자신과 싸우기에도 바쁜, 우자에 불과한 본인에겐 꾀나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자유`를 찾아 `관계`을 버린 자는, 역설적이게도 `연결`을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기에 `자유`를 잃는다. 라고 생각된다, 라고 느꼈다.
즉 이 소설에 관해선, 인간의 본질을 버린 이가 인간의 한계를 넘고자 한다는 것은 모순일뿐더러 소용없다. 라고 
적용시켜 보았다. 물론 이건 본인이 함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정리하자면, 인생은 어느 순간 영감을 받아 그어지는 신의 한 획을 긋기 위한 발판이 아니란 거다. 허술한 첫 획부터 시작하여 어느 순간 닳고 닳아버린 과정이지만, 언제나 새롭게 그어지는 아름다운 한 획에 이르기까지. 모든 몸짓과 생각 모두가 작품이자 인생이라 생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숨 잠이나 자야겠다.